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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Vision/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Worker

민원?

by 전재일 2016. 8. 25.

민원의 정의를 찾아보니, 주민이 행정기관에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58728&cid=47312&categoryId=47312)

복지관에서 일하다보면, 다양한, 그리고 수많은 민원인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마다 '복지'에 대한 생각, '복지관'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있다보니, 이런저런 민원이 제기됩됩니다.

1999년, 제가 복지관에서 처음 목격했던 민원인은, 1년도 더 된 강의료를 환불해달라 어르신이었습니다. 그 동안 신경을 못써서 환불을 못받았다면서 환불을 요청하셨습니다. 이에 담당자가 규정도 이야기하고, 회계년도 상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인신공격(예 : 너 어디학교 나왔어? 너 고졸이지?)을 하시며 막무가내셨습니다.

제가 아동복지를 담당하던 시절(2001년~2003년), 방과후교실에서 받았던 민원은, 한 아이의 아버지께서, 자녀를 데리러 복지관에 오셨는데, 마침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께서는 "아이들을 개돼지처럼 놀기만 시키는 것 아니냐? 공부를 많이 시켜라"라고 화를 내셨습니다.

하루는 야근을 하고 있는데, 사회교육 프로그램 접수를 놓치신 분이 오랜시간 다녔는데, 접수를 놓쳤으니 접수를 받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접수 기간을 놓친 부분에 공감해드리면서 담당자가 퇴근을 했으니 제가 바로 결정을 해드리기는 어렵고, 내일 담당자에게 전달해서 전화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더니, 왜 확실하게 답변도 못할거면서, 전화를 받아 내 시간과 전화요금을 낭비하게 하냐고 1시간 정도 화를 냈습니다(물론 30분 뒤에 전화해서 화풀이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참 잦은 민원의 사례이긴 한데, 어떤 탁구 애호가 분은 주민에게 복지는 탁구라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강당을 개방하여, 탁구를 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하셨습니다. 강당은 주로 노인대학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간이었고, 복지관의 사업 목적을 말씀드리면서 어려움을 이야기 해드렸는데, 자신이 청와대에 아는 분이 있다면서, 민원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뭔가를 요구할 때, 복지관에 압력을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단체나 사람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예를들어, 구청장이나 시장과 친하다거나, 청와대에 지인이 있다거나, 위탁 재단과 관계가 있다거나>

이 밖에도 상상을 초월한 요구들이 민원, 또는 고충이란 이름으로 들어옵니다.

아마 제가 경험한 민원 사례보다도 더 엄청난 사례들이 있겠죠.


복지관은 대부분 수탁을 받아 운영되다 보니, 위탁을 준 민선 단체장들은 민원에 예민합니다. 그래서 이런 관계를 알고서, 민원을 넣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단체장은 민원 발생시에 기관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서 브리핑을 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위탁 계약서에 어떠한 민원이든 발생시 복지관이 책임지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복지관의 종사자들은 을 관계로서, 속수무책으로 민원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일하면서,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은 의문들이 들겁니다.


- 민원을 주민의 정당한 요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 복지관이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조건 주민이 갑의 위치에 서야하는 것인지?
- 위탁을 준 지자체의 공무원이나 단체장의 민원에 의한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서 민원 발생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 한 사람의 민원 내용을 들어줄 때, 다른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 사회복지란 이름 속에서  그리고 서비스란  관점 속에서 무조건 참고, 해결하는 것이 능사인것인지? 등등

개인적으론 민원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민원을 넣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민원을 넣는 분들의 의견이 복지관과 지역의 발전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서로 이해하는 것,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민원인의 입장, 복지관의 입장 등..

그리고 서로 존중이란 입장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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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인 생각)

- 최근에 우리나라를 보면, 대통령이나 집권여당도 국민의 의견이나 요구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복지관에서 민원대응에 대한 책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응방법 이 담겨있는, 모두가 합의한 매뉴얼이 필요할까요?

참고로, 이 글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글이라기보단, 그냥 푸념이었다는 것을 양해바랍니다. ^^

 

차이와 차별을 존중하는 성숙한 대한민국, 지역사회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