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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Vision/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Worker

사회복지사가 직접 만든 웹앱, 이제 나눕니다

by 전재일 2026. 8. 4.

시작은 엑셀 파일 열두 개였습니다

복지관에서 일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후원품이 들어옵니다. 담당자가 엑셀에 적습니다. 배분하면 또 다른 엑셀에 적습니다. 월말에 재고를 맞추려면 두 파일을 나란히 띄워 놓고 눈으로 대조합니다. 숫자가 안 맞으면 처음부터 다시 봅니다. 그 사이 후원자에게 보낼 감사 편지는 밀립니다.

결재도 비슷합니다. 기안 용지를 출력해 결재판에 끼우고, 자리에 안 계신 과장님을 찾아 3층과 1층을 오갑니다. 문서는 어딘가에서 하루 이틀씩 잠들어 있습니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일들은 사회복지사가 하려고 배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려고 이 일을 시작했는데, 실제로 하루의 상당 부분은 문서를 나르고 숫자를 맞추는 데 씁니다.

문제는 알겠는데, 해결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 현장에 딱 맞는 프로그램은 팔지 않습니다

시중에 사회복지 관련 솔루션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 벽이 있습니다.

첫째, 돈입니다. 우리 같은 규모의 기관이 맞춤 개발을 의뢰하면 견적이 수천만 원입니다. 예산 항목에 그런 돈은 없습니다.

둘째, 더 중요한 건데 — 우리 업무를 아는 사람이 개발자 쪽에 없습니다. 호봉 산정 규정, 시설 평가 지표, 후원금 영수증 처리, 실습생 시간 인정 기준. 이걸 개발자에게 설명하는 데만 몇 주가 걸립니다. 설명이 끝나도 결과물은 어딘가 어긋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업무는 규정 문서에 적힌 대로 돌아가지 않고, 현장의 관행과 예외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건 문서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겪어 봐야 압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관이 결국 엑셀로 돌아갑니다. 엑셀은 최소한 우리가 직접 고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개발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전공은 사회복지고, 지금도 복지관에서 일하는 실무자입니다.

그런데 생성형 AI와 함께 코드를 짜는 방식 — 흔히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이라고 부르는 — 이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바이브 코딩의 핵심은 문법을 외우는 게 아닙니다. 무엇을 만들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개발자가 아니라 실무자가 압도적으로 잘하는 일입니다.

"후원품 접수할 때 후원자가 익명을 원하면 이름 대신 '익명'으로 저장되고, 그래도 영수증은 발행돼야 하고, 통계에는 잡혀야 해."

이 한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개발자가 아니라 후원 담당 사회복지사입니다. AI는 이 문장을 코드로 바꿔 줍니다. 저는 그 코드를 붙여 넣고, 돌려 보고, 어긋난 부분을 다시 말로 설명합니다. 이 왕복을 몇 번 하면 도구가 나옵니다.

개발 능력이 아니라 업무 이해도가 자산이 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사회복지 현장이야말로 이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었나

지난 시간 동안 이런 것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사람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도구

  • 통합결재시스템 — 기안부터 결재, 보관까지. 결재판 들고 층을 오르내리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 직원 연락처 — 초성으로 찾고, 연락처는 휴대폰에 바로 저장됩니다.
  • 차량 운행일지 — 종이 일지에 적고 나중에 옮겨 적던 이중 작업이 없어졌습니다.

흩어진 기록을 한 곳에 모으는 도구

  • 후원품 관리 — 접수와 배분이 재고와 함께 연결됩니다.
  • ESG 성과관리 — 여섯 개 시설의 실적이 한 화면에서 집계됩니다.
  • 사진 관리 — 명명 규칙과 태그로, 3년 전 프로그램 사진을 30초 만에 찾습니다.

공정함을 지키는 도구

  • 공정채용 시스템 — 채용 규정과 절차가 시스템 안에 박혀 있어, 담당자가 바뀌어도 절차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 실습생 관리 — 시간 인정과 평가가 기준대로 처리됩니다.

이 도구들이 대단해서 소개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같이 투박하고, 우리 기관에 지나치게 맞춰져 있고, 어딘가 미완성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만든 사람이 그 업무를 매일 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화면을 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매뉴얼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그게 이 도구들이 가진 유일하지만 결정적인 강점입니다.


그런데 왜 나누려고 하나

만들어 쓰다 보니 자꾸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다른 기관 선생님을 만나면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십니다. 후원품 재고가 안 맞는다, 결재가 밀린다, 사진을 못 찾겠다. 제가 이미 만들어 놓은 걸 그분들은 여전히 손으로 하고 계십니다.

그럴 때마다 파일을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됩니다.

  • 어느 버전을 보냈는지 제가 헷갈립니다
  • 받으신 분이 어디까지 해 보셨는지 알 수 없습니다
  • 고쳐 쓰신 분이 계셔도 그 개선이 저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 무엇보다 한 번 보내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메일은 파일을 옮기는 데는 좋지만, 관계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료실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이렇게 붙였습니다.

VibeCoding Web App for Social Work Practice (by Jaeil)


이 자료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신청하고, 승인받고, 들어옵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게시판이 아닙니다. 이름·소속·이메일을 남겨 신청하시면, 제가 확인하고 승인합니다. 승인되면 접근키가 메일로 갑니다.

문턱을 만든 이유는 자료를 아끼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무엇을 가져가셨는지 알아야,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드에 오류가 있었다면 알려 드려야 합니다. 더 나은 버전이 나오면 전해 드려야 합니다. 익명의 다운로드로는 그게 안 됩니다.

주소가 아니라 파일을 나눕니다

링크만 걸어 두면 "구경"은 되지만 "사용"은 안 됩니다. 그래서 소스 코드와 설명 자료를 파일 그대로 올려 둡니다. 받아서 본인 계정에 붙여 넣고, 본인 기관에 맞게 고쳐 쓰시라는 뜻입니다.

각 자료에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 GAS인지, Firebase인지 — 도 표시해 뒀습니다. 어떤 걸 먼저 배워야 할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의견을 서로 봅니다

여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자료마다 의견을 남길 수 있고, 그 의견을 다른 이용자들도 봅니다.

  • "우리 기관은 결재선이 4단계라 이 부분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 "이 함수에서 오류가 나서 이렇게 고쳤어요"
  • "우리는 이 앱을 자원봉사자 관리에 응용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쌓이면, 자료실이 아니라 작업장이 됩니다. 제가 만든 것을 가져가는 곳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다듬는 곳이요.


무엇을 기대하는가

첫째, 시작하는 사람이 늘기를 바랍니다.

"나도 만들어 볼까" 하다가 포기하는 지점은 대부분 맨 처음입니다. 빈 화면 앞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돌아가는 코드가 눈앞에 있으면 다릅니다. 뜯어보고, 조금 고쳐 보고, 그러다 "어, 되네"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이 오면 그다음은 알아서 굴러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둘째, 각자의 현장에 맞게 변형되기를 바랍니다.

제 코드를 그대로 쓰시는 것보다, 뜯어고쳐 쓰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과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은 업무가 다릅니다. 같은 후원품 관리라도 다르게 돌아가야 합니다. 열 개 기관이 받아 가면 열 개의 다른 버전이 생기는 게 정상이고, 그게 성공입니다.

셋째, 개선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이건 좀 욕심입니다만, 솔직히 이게 가장 기대하는 부분입니다. 누군가 제 코드의 허점을 찾아 고쳐 주시고, 저는 그걸 다시 반영합니다. 혼자 만들 때보다 훨씬 튼튼해집니다. 오픈소스가 20년 넘게 증명해 온 방식을, 우리 현장에서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넷째, 사회복지사의 일에 대한 감각이 조금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주어진 시스템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전산실이 만들어 준 것, 본부에서 내려온 것, 업체가 납품한 것을 받아서 썼습니다. 불편해도 참았습니다. 바꿀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이제는 다릅니다. 불편하면 고칠 수 있고, 없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업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일의 조건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게 꽤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솔직한 말씀

여기 올린 것들은 완성품이 아닙니다. 상용 소프트웨어에 비하면 엉성합니다. 제가 개발 전문가도 아닙니다. 오류가 있을 겁니다. 쓰시다가 막히는 지점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래도 올립니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영원히 못 나누기 때문입니다.

받아 보시고, 고쳐 보시고, 안 되면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고치신 게 있으면 꼭 알려 주세요. 그게 이 자료실을 만든 이유의 거의 전부입니다.

https://script.google.com/macros/s/AKfycbzjRKj9lfEbGZbl86LLYNtJY9VsR_CrT5bJVAIObKLkm_etm5Mi2xNObyDIznQ4Bz0/ex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