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복지 Vision/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Worker

수퍼바이저 이야기(1)

by 전재일 2016. 9. 11.
수퍼바이저를 농담삼아 술퍼바이저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회복지사들이 부장님이 사주시는 술을 마시며, 부장님께, 직장생활의 어려움도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조언도 듣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1999년 10 월에 재가복지팀으로 입사했지만, 조직 내 인사변동에 따라 2000년 1월부터 총무부에서 회계와 서무를 맡아서 일했습니다. 신입이라 뭘 시키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숫자나 회계는 너무 낯설었고, 더 힘든 건 다른 사회복지사들이 하는 업무를 보면서 작아지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총무부장님은 늘 지지를 해주시고, 사회복지사 선배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부장님은 제가 모르는 것을 노력없이 물어보는 것을 몇번 지적하셨습니다. 항상 스스로 노력해서 알아보라고 하셨고, 아무리 노력해도 모를 경우에 물어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이런 학습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은 책임을 함께 져주시는 분이셨습니다. 한번은 제가 전기요금인지 뭔지  고지서 하나를 누락시켜서 연체료가 10%정도 나왔습니다. 이 사실을 안순간 몹시 당황했지만, 부장님께 알렸습니다. 그런데 부장님은 화를 내기보다는 실수할 수 있다면서, 다시는 실수하지 마라며 연체금 20 여만원을 내 주셨습니다. 진짜 죄송하고 고마웠습니다. 이 때의 부장님 마음은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늘 기억하며, 저도 그때의 부장님처럼 화를 내기보다는 함께 책임져주고, 해결을 먼저 하는 노력을 하게 하는 자극이었습니다.

부장님은 일주일에 한 두번씩 술을 드셨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좀 부담이 되었었지만, 한두잔 술을 드시며 속에 있는 말들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셨는데, 정말 그 시간들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술에 거하게 취하신 부장님의 모습,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지금도 멋진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회계와 서무를 담당한지 1년, 지금 생각하면, 1년차때 회계를 해 본 경험은, 사회복지관 사업의 구조나 흐름을 빨리 이해하게 해주는데 도움이 된 경험이었습니다.
또 그 때 부장님께서 "그래도 너 잘하고 있어"란 그 한마디가 저에겐 지금까지 힘들 때마다 제 귓가에 맴도는 메시지입니다.

1년동안의 회계 업무 후에, 아동복지로 업무이동이 되었는데, 그것은 부장님께서 신입 사회복지사에게 계속 회개를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관 기념일에, 전 2000년 우수직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부장님께서 인사위원회에서 강력하게 요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신입이었던 저에겐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감사였습니다.

그때 그 부장님과는 지금도 인연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계를 떠나서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저에겐 여전히 좋은 사회복지시고, 수퍼바이저이십니다.

이정연 부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