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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Hope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저)

by 전재일 2020. 11. 6.

7p.

아무리 순환적 삶의 질서의 회복과 흙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러한 사회로 방향전환을 하자면, 우리의 집단적 삶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 정치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된다.

 

9p.

“hope against hope” 이 말은 아마도 지금 우리들의 경우에 가장 적합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울하다고 해서 우리는 마냥 절망 속에 빠져 있거나 체념에 잠겨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책임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5p.

참다운 민주주의의 성립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민중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립과 자치의 조건, 그리고 동시에 사회성원들 간의 평등한 관계이다.

 

빈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를 좀더 세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6p.

생활의 질의 열악함에서 오는 고통을 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설혹 물자나 서비스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 결핍이 재앙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호혜적 인간관계의 그물이 있다면, 그러한 결핍은 도리어 축복이 될 수 있다.

 

상호부조의 그물망이 확립되어 있는 그러한 공동체적 토대 위에서 사람들은 어울려 함께 일하고, 거기서 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자립자치의 삶을 영위하는게 가능하였던 것이다.

 

19p.

실제로, ‘민주화이후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제도로서의 형식적 민주주의는 회복되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삶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상생활과 노동의 장에서의 민주주의는 거의 실종되거나 심각하게 위축되었다는 견해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20p.

자유와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은 오직 자기들은 절대로 양들처럼 지배를 받고 싶지 않겠다는 한 민족의 단호한 의지가 항구적으로 살아 있는 곳에서 뿐입니다.

 

21p.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면 할수록 권력의 집중 현상과 관료주의적 지배구조가 강화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성장은 현재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토대로 해서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이며, 성장의 결과는 기왕의 불평등을 해소하거나 완화시키기는 커녕 그 불평등 구조를 온존, 심화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평등 구조는 다시 계속적인 성장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22p.

오늘날 사람들이 느끼는 빈곤은 본질적으로 물질적 결핍의 문제라기보다 인간다운 삶에서 좀더 근원적인 의미를 갖는 문제, 즉 민주적이며 호혜적인 인간고나계의 상실에 따른 삶의 질의 열악함에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4p.

공생공락의 가난

 

중요한 것은 가난의 정도가 아니라 가난의 종류이다.

 

실제로, 경제발전은 민중의 빈곤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의 근대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25p.

적당한 경제성장, 가능한가

 

27p.

정말 필요한 것은, ‘적당한 성장이든 아니든 성장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근대적 방식에 대한 적응을 말할 게 아니라, 성장논리와는 무관한 질적으로 전혀 다른 삶, 반근대적방식으로 방향전환하려는 급진적 노력이다.

 

28p.

시급한 것은 계속적인 생산력 증대를 통한 진보의 추구를 포기하고, 인간의 삶을 자연적 과정에 순응하는 순환적인 생활패턴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다.

 

81p.

상호부조의 경제라는 개념에서 대뜸 가난을 연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상호부조의 경제란 기본적으로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요하는 성장경제시스템의 바깥에 있는 경제이다. 따라서 이른바 생활수준의 저하는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하여 가난은 회피할 게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할 미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나키스트 철학자 프루동에 의하면, 정상적인 인간생활은 원래 가난한 생활이었다. 중요한 것은 가난을 견딜 만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가난을 삶의 축복이 되게 하는 사회적 토대, 즉 공생공락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일이다.

 

102p.

이러한 자유의 행사로서의 타인에 대한 환대나 친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게 제도화된 환대와 친절이에요. 그것은 기계적인 행동입니다. 거기에는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제도적으로 정해 놓으면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이런 기계적인 체제가 국가적으로 확립되면 그게 바로 복지국가체제인 거죠. 복지국가에서는 환대와 친절과 보살핌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유로운 관계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게 돼 있어요.

 

142p.

평등과 공생의 원리가 살아 있는 세상에 대한 열망

 

143p.

유무상자(有無相資)라는 개념, 즉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서로 도와서 살아야 한다는 상호부조의 윤리

 

이것은 고대 이래 국가가 생기기 이전부터 풀뿌리 민중사회 속에 집요하게 흘러온 전형적인 농민적 사고입니다.

 

소국사상이라는 것은 패권을 누리고 부국강병을 도모하자는 게 아니고, 남들과 더불어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겠다는 사상입니다.

 

194p.

<성장의 한계>라는 책이 아니라도 지금 성장이 명확히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장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더 이상 계속될 수 없습니다. 첫째는 생물물리학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자원고갈 문제,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벽에 부딪친 것입니다. 또 하나 성장이 중단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경제성장에 따르는 윤리사회적인 문제가 더 이상은 허용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명백한 윤리적 임계점에 다다른 거죠.

 

210p.

기후변화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라면,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세계의 모든 개인적집단적 노력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그 자체의 극복을 겨냥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오늘날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온갖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난제들이 그 과정에서 동시에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다. 그러니까 핵심적인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214p.

시대착오적인 노동윤리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전통적인 노동윤리의 근저에는 돈이 생기는 일이 곧 좋은 일이며, ‘돈이 생기지 않는 일나쁜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삶이나 사회적 삶에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들이 늘 홀대를 당하고 있는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던 근본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15p.

생산측면을 일방적으로 중시하면서, ‘소비측면은 경시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가자면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기초적인 사실을 망각한 관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경제가 유지되자면 몇 가지 필수적인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력의 크기나 경제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따위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다.

 

217p.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치라는 결론을 여기서 다시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의 어리석은 탐욕에 맞서고, 기후변화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다수 민중의 삶을 보호하고, 자연세계를 보존하는 데 필수적인 것은 합리적인 정치이다. 그리고 현 단계에서 합리적인 정치란 온전한 의미의 민주정치뿐이다. 민주주의야말로 유일한 대안이다.

 

230p.

아무튼 제일 큰 걸림돌은 사람들의 고정관념, 즉 소득은 노동의 대가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무엇보다도 고용과 소득을 분리하는 데서 성립하는 개념

 

231p.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반드시 금전적인 소득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거든요. 일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은 고양되고, 의식이 확장되고, 인간관계가 풍요롭게 됩니다. 그래서 기초생활이 보장된다면 그때부터 개인들은 각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게 될 공산이 커져요.

 

255p.

화폐는 우리 생활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혼자 고립해서 살 수 없고,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환 시스템 속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교환시스템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이며,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화폐시스템은 꼭 극복되어야 합니다.

 

274p.

세상의 어떤 가난한 나라라 할지라도 기본소득제를 시행하지 못할 나라는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라는 거죠.

 

275p.

기본소득을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로서의 배당금이라고 간주할 때, 그 배당금이란 결국 공동체의 공유자산이 만들어낼 이익에 대한 배당이라는 뜻입니다.

 

321p.

문제는 민주주의이다.

 

좋은 사회,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녹색적인 나라를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실천 여부이다.

 

민주주의 성립의 기본 전제는 자주적 인간의 자율 혹은 자치에의 의지이다.

 

330p.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이 본원적인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치가의 개인적 자질에 관계없이 합리적인 정치가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337p.

민주주의란 원래 민중이 자율적으로 자기들 삶의 문제를 통제하는 정치시스템입니다. 요컨대, 다수 민중이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이 가능할 때만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은 지난한 투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운동, 인권운동, 반전평화운동, 환경운동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의 생활하는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혹은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364p.

핵발전이라는 것은 인간다운 사회의 존립에 불가결한 기초적인 가치를 구조적으로 철저히 유린, 파괴하는 기술이다. 그것은 생명과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주의와 절대로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지속 가능한 기술도 아니다.

 

408p.

더 중요한 것은 탈원전운동이 자본주의의 논리에 갇혀 있는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명이란 게 대체 무엇이냐,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게 과연 무엇이냐, 그런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424p

권터 안더스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상상력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상상력의 결핍은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운명이 되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상상력이란 다른 게 아니라 남의 마음을 읽고 그 내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활이 궁극적으로 어떤 구조 속에 있으며 거기에서 어떤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지에 대해 별생각이 없습니다.

 

425p.

상상력의 결핍은 기술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핵심적인 비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상력은 윤리의식의 출발점입니다.

 

427p.

우리가 사람답게 살려면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위엄을 갖춰야 합니다. 품위 있게, 예의 바르게 남의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인간다운 사회가 성립됩니다.

 

428p.

저는 숙의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시민합의회의같은 일종의 시민의회를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완전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풍토에 맞게 변형해서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430p.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원자력이라는 단일 이슈만을 대상으로 싸워 봤자 헛일입니다. 그러므로 탈핵운동은 근본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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