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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Vision/이야기 Value

사회복지사의 워라벨 계힉

by 전재일 2019. 12. 3.

올 해 어떤 계획들, 목표가 있으셨나요? 그 계획과 목표는 다 이루어지고 계신가요? 아니면 진행 중이신가요?

 

(사진 https://c.pxhere.com/photos/58/e3/clock_time_at_time_indicating_time_of_pointer_minutes_hour-763781.jpg!d)

 

얼마 안남은 한 해의 시간들을 세어보면, ‘올 한 해를 잘 살아왔나?’라는 자조(自照)의 질문을 하게 됩니다.

 

매년 세웠던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영어회화 공부도, 가족이나 지인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는 계획도, 일로 바빴다는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우리가 많이 쓰는 말이었습니다. 뭔가를 결심했지만, 그 결심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인데, 요새는 작심일일 또는 아예 무작심-무계획이 되기도 합니다.

 

직장생활, 그리고 이렇게 뭔가에 몰입하다보면, 처음 세웠던 계획과 목표는 금세 잊어버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냥 계획과 목표 없이 살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 계획을 세워야 하나?’ 라고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자체가 피로라고 말합니다.

 

(사진 https://get.pxhere.com/photo/notebook-writing-work-pen-diary-office-business-brand-recording-plan-planning-idea-notes-secretary-projects-accounting-goals-weekly-1287932.jpg) 

 

계획과 목표는 미래지향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재 만족하는 삶 자체가 계획이고 목표일 수 있습니다. 지금 삶도 충분히 고단한데,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여깁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멘트가 히트를 쳤습니다. 사실 히트라고 이야기하기엔 내용 상 씁쓸합니다. 분명 계획과 목표가 있었지만,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설정과는 다르더라도, 계획과 목표를 세워도 이룰 수 없음을 직면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년, 사업계획서를 수없이 쓰는 사회복지사들에게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일은 익숙합니다. 그것을 평가하는 것 또한 익숙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일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로 하고 있는 일 외에는 나를 위한 계획과 목표를 세워봐야 할 수 없다라고 여기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동복지사업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로서, 토요일 오후 6시까지 일하면서, 5~6개의 프로그램을 2년 이상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일지를 쓰는 일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정말 하고 있는 일 외에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계획과 목표를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정말 듣고 싶은 외부교육이 있었는데, 한 학기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교육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포기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유가 없음에 불만족스러운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중간관리자로서 동료들에게 여유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개인의 계획과 목표의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상황은 어떠한지, 또 동료들의 상황은 어떠한지를 돌이켜봐야 합니다.

 

그냥 동료(자신보다 연차나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 당신의 인생을 위해 무슨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한 여건도 살펴야 합니다.

 

(사진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79B048532BFBDC09) 

 

2017년부터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란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을 지향합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로, 원래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란 의미로 사용되었다가, 직장에서의 업무 능률을 높이기 위해 직장인들의 생활을 배려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좀 더 사생활적 측면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변화되어져가고 있습니다. 이 글이 계획과 목표를 세워라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강요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자신만의 삶의 가치가 있고,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현재의 삶 자체를 살아가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작년에 세웠던 올 해의 목표를 점검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의 개인의 계획과 목표를 세웁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직장(사회복지관)에서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삶과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구분하는데, 저에게는 이게 워라밸입니다. (물론 워라밸이 가진 본래의 뜻처럼 가정에서의 삶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뿐만이 아니라 동료들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내년을 바라보면서, 워라밸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저 혼자만이 아니라 일은 일대로 즐겁게, 그리고 사적인 삶은 그 삶대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동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고민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