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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Vision/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Worker

사회복지관 부장으로서의 포지션

by 전재일 2018. 3. 8.

새로운 직장에 정착한지 2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사회복지관에서보다 더 오랜시간에 걸쳐 체계적인 인수인계를 받았고, 복지관의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적응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경험했던 것들이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졌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리고 많은 것들을 지금의 제 머리 속에 집어 넣는 일은 분명히 어렵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기관이 제가 속한 세 번째 복지관이고, 세 곳에서 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저에게 가장 큰 과업은 '부장으로서의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입니다.

[그림 : https://pixabay.com/es/idea-icono-luz-negocio-dise%C3%B1o-1873540/]

'포지션(position)'은 마케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지각되고 있는 모습'을 뜻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잘 지각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는 것을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고 합니다.

뜻을 잘 살펴보면, 포지션은 타인이 바라보는 시각에 의한 것입니다.

즉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장으로서의 포지션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또는 관장님이 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입니다. 제가 원하는 이상보다는 동료들이 생각하는 또는 관장님이 생각하는 부장으로서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사회복지사로서 처음 일했던 B복지관에는 두 분의 부장님이 계셨습니다(당시 B복지관은 개관한지 2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 분은 사회복지사업부에서 슈퍼바이저로서의 역할을 했고, 한 분은 총무부에서 복지관 운영 총괄을 담당했습니다. 저는 두 부서에서 근무를 했기에 두 분의 부장님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부에 있는 부장님은 사회복지사로서 프로패셔널함을 확실하게 보여주시는 분이셨는데, 경청과 지지로 사회복지사들에게 신뢰를 주는 슈퍼바이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총무부에 있었던 부장님은 책임감이 확실한 분이셨고,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두 분의 포지션은 신입 사회복지사였던 저에게는 완벽한 조화가 있는 롤모델(role-model)이었습니다.


입사 후 2~3년이 지나가면서 두 분의 부장님이 복지관을 떠나시고 새로운 부장님을 만났습니다. 총괄 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전의 부장님들과는 다른 포지션이었습니다. 복지사업부와 총무부서를 총괄하는 최고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기에 더 큰 책임감과 꼼꼼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또 다른 조직의 경험을 가지고 계셨기에 B복지관의 조직문화, 특히 관장님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조심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도 팀장이 되고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었습니다.

[사진 : http://namcne.tistory.com/217]

첫 번째 부장으로서의 포지션 - 강한 책임감

저는 2008년에 B 복지관의 부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마음가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잘해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저의 부장으로서의 첫 해는 Bad 였습니다. 너무도 강한 책임감만 앞세웠습니다. 나름대로는 기다려주고 인정해준다고 생각했지만, 저만의 시간 계획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실적과 성과 중심으로 업무지시를 하고 감독자의 역할을 했습니다. 또 지나치게 외부 공모사업에 치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면서, 복지관의 사업과 운영에 차질이 없게 하려고 나름은 애썼지만 돌아오는 것은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 후 B복지관은 경영 컨설팅과 3년의 인증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수탁심사와 사회복지관 평가의 과정도 2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부장으로서 이 과업을 수행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컨설팅과 인증과정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과업이 팀장 이상의 중간관리자나 특정 직원에게 몰렸습니다. 물론 직원들도 인증에서 요구하는 항목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과업이 주여져서 힘들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퇴사를 했습니다. 이 때 사회복지사로서, 또 복지관의 부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 힘든 과정이었지만, 경영컨설팅과 인증은 기관이 더욱 체계를 갖추고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직원들의 역량도 키워주었습니다.)

<B 복지관에서의 포지션>

-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하자.

- 기관이 가진 가치를 지켜내자.

- 책임감있는 부장

그리고 B복지관의 관장님이 바뀌면서, 관장님의 스타일에 따라 저의 부장으로서의 포지션은 변화하게 됩니다. 제가 일하고 싶은 조직의 모습, 조직문화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게 됩니다.

두 번째 부장으로서의 포지션 - 사회복지사다운 조직문화를 꿈꾸는

2015년, 저는 새로 개관하는 G복지관으로 이직하게 됩니다. 처음 만나게 되는 환경이었습니다. 복지관 구성원도, 복지관을 둘러싼 환경도 제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관장님이나 저, 팀장 등의 이전 사회복지관에서 경험한 조직문화와 업무환경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 때도 저의 포지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제가 당시에 다짐을 한 것은, ①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너무 앞세우지 말자, ②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쏟아내지 말자, ③ 팀장들의 권한을 인정하자, ④ 관장님의 리더십을 잘 보필하자 였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바라보면, 노력은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팀에서 이루어져서 진행되는 일에 간섭을 하지 않았고, 관장님이 개입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을 크게 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1년을 경험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도 했는데, 전사적으로 변화와 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때 제가 새롭게 가졌던 포지션은 '성장을 돕자'였습니다. G복지관이 신생복지관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적은 신입직원들이 많았고, 그들 역시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가는 일들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는 '사례관리팀'의 팀장 대행을 자처해서 사례관리 팀원들과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관점을 나누고 실천하도록 도왔습니다. (사례관리팀의 팀장 대행을 하기 전에 저의 일이 더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과 내적 갈등이 있었지만, 충분히 투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신생복지관이었기에, 부장으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복지관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좋은 방향으로 정립하고,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유하는 복지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세우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통한 자료 공유, SNS를 통한 이야기 공유 등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잘하기 위해서 조직문화에서 의사소통 구조, 권한 부여에 대한 고민을 했고, 조직이론, 생태체계 이론,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을 '동료로 바라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G 복지관에서의 포지션>

- 직원을 동료로 인정하자.

- 복지관의 브랜드를 만들고 공유하자.

- 개개인이 사회복지사로서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돕자.

2017년에는 조직 변화를 하는 과정에서 '후원'과 '홍보'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결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업무 과중이 될 까와 익숙하지 않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부장으로서 실무를 담당하는 것이 옳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직원들이 변화된 조직문화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부장으로서의 포지션 - ing ...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S복지관에서 근무한지 2달하고 7일이 지나갑니다. 최근에 '자기성장계획서'를 작성했는데, 단기목표에 'S복지관 부장으로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한다' 입니다.

지난 2개월동안 관장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신입직원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직원들과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S복지관은 37년의 역사를 가진 복지관이기에 오랜 전통, S복지관만의 조직문화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일했던 복지관과는 다른 분위기이고, 이미 팀 만의 고유한 색깔과 역할도 있고 팀장들의 포지션도 확실합니다. 물론 관장님도 확실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장으로서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은 이전 두 개의 복지관을 거쳐왔을 때보다 더 크게 가지게 되고, 향후 1년의 시간동안 잘 다듬어지기를 바랍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부장으로서의 포지션>

- 이전 복지관에서 가졌던 포지션의 조화 : 강한 책임감+반영

- 더 강하게 스스로 가지게 되는 포지션 : 안정과 변화의 조화

-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포지션 : 경청

- 관장님에게 인식되고 싶은 포지션 : 신뢰

[사진 : http://naya.tistory.com/1165823107]

어떤 역할과 모습이 가장 Best인가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동료들에게 좋게 인정받는 부장이 되는 길이 무엇일까는 우리가 사회복지실천에서 당사자 중심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위에서 저의 경험은 조금은 제 중심이고 미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경험은 배제를 했습니다. 다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들 중심으로만 기술했습니다.

20여년 가까이 사회복지관에서 살아오면서, 저에게 가장 최선의 포지션은 제 자신이 사회복지사라는 사실을 잊지않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