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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Vision/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Worker

사회복지관 부장 이야기 (1) 처음을 회상하며

by 전재일 2018. 6. 13.

메모리 1

 

처음 사회복지관에 입사하기 위해서 지원서를 썼을 때의 기억을 해봅니다.

지원동기와 각오를 단어 하나문장 한 줄을 정성스럽게 쓰고몇 번 씩 읽어보면서 문장을 여러 번 고쳤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http://kyobolifeblog.co.kr/422#5]

 

처음 복지관에 출근하던 날세탁소에 맡겨 갓 드라이클리닝을 한 양복에서 났던 그 냄새와 첫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을 때의 그 기분복지관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가서 계단을 올라갈 때의 그 느낌골목을 지나 멀리 보이는 복지관 건물을 봤을 때의 그 설레던 마음을 기억해봅니다.

 

복지관에 들어섰을 때 지나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해야 할 것 같고매우 조심스럽고 낯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사무실에 들어가서 관장님께 인사하고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작은 사무실에 감돌던 공기의 느낌그 탁자에 살짝 손을 올렸을 때의 느낌도 기억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사회복지사로서 경험하게 될 많은 것들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살아오면서 많은 동료들을 만났고처음 만났을 때 그 동료들의 모습 속에서 제가 가졌었던 그 낯설음과 설렘그리고 잘 해내고 싶다는 다짐을 발견합니다.

 

나는 운이 좋았나?

 

저는 나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신입 사회복지사일 때부터 좋은 동료와 슈퍼바이저를 만났습니다그분들이 저에게 준 아름다운 영향력을 저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사회복지사로서 어떤 사명을 가져야 하는지사회복지사로서 윤리적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또 전문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을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안타깝고 아쉬운데그만큼 여러 사회복지현장에서 슈퍼비전을 경험하지 못하고동료들에게서 좋은 영향력을 받지 못한 채 지쳐가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의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맙소사이것을 운으로 여겨야 되다니란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됩니다사회복지사로서 당연해야 하는 경험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언젠가 슈퍼바이저 훈련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수십 명의 중간관리자들과 토크쇼 형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료들은 슈퍼비전에 대해서 매우 갈급해하는데, ‘슈퍼비전을 받은 경험이 없다보니동료들에게 어떻게 슈퍼비전을 나눠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자신은 제대로 된 슈퍼비전을 받은 경험이 없지만후배들에게는 좋은 슈퍼바이저가 되고 싶다는 그 분들이 참 감사했고 응원합니다.)

 

메모리 2

 

신입 사회복지사일 때아동복지사업의 담당자였습니다매주 4~5회의 소그룹 프로그램을 진행했고방과 후 교사가 1명이 배치되어 있는 방과 후 교실을 담당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재미있고 의미가 있었는데때로는 힘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사회복지사로서의 무능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아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고어떤 아이는 저를 괴롭혔습니다(이런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 저의 느낌이 그랬습니다).

 

그 때 저의 슈퍼바이저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각성시켜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 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누구나 할 수 있을 말일지는 모르겠지만그 말은 아동복지를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편견과 차별로 아이들을 바라보던 저의 생각을 바꿔주는 말이었습니다.

 

[사진  https://pxhere.com/ko/photo/810241]


저는 가끔 저의 말이 신중해야 함을 생각합니다그 신중함에는 진정성도 들어있어야 하고또 평상시 동료와의 신뢰도 있어야 됨을 압니다.어쩌면 저의 말 한마디가 제 동료에게 긍정의 힘을 줄 수 있음을 기대해봅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저에게 상처 받았을 동료들을 생각합니다더 공감해주지 못했고기다려주지 못했던 몇 몇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납니다갓 부장이 되었을 때제 나름의 책임감으로 결과를 낼 것을 외치며열정을 다하라고 몰아붙였던 제 자신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부장으로서 1년차를 보내고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아동복지를 처음 하던 신입사회복지사로서 느꼈던 무능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사진  https://twitter.com/hellooj]  


기관을 위해서동료들을 위해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누구도 만족하거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생각해볼 때 미안했습니다그리고 다시금 제가 부장(중간관리자)으로서 누구를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도 처음이 있었는데..


이 글에서 처음 입사를 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았습니다그 때와 지금의 저는 이십년의 시간 속에서 많이 달라져있습니다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그 때의 자극들기억들이 있습니다.

 

신입사회복지사 때 제 슈퍼바이저에게 들었던 질문은 여전히 저에게 도전이 됩니다.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어떤 사회복지사가 될 것인가?”입니다여전히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입니다지금도 되고 싶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이상이 있습니다. (물론 동료들에게는 완성형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처음을 기억하라는 뻔한 말입니다하지만 중요하고생각해봐야 할 말입니다처음이 나쁠 수도 있고그 처음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시간이 지났고여러 가지 환경이 변했습니다또 가치와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그 진심을 기억해본다면 무엇이 중요했던가를 다시금 생각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http://kyobolifeblog.co.kr/422]

 

그 때 맡았던 드라이클리닝의 냄새가 싫지 않았고지금도 그 냄새가 좋게 느껴지는 ..

지하철 계단 위로 보였던 빛이 이상하게도 밝게 비춰졌던 그 느낌 ..

복지관에서 처음얼굴도 누군지도 기억나지는 않지만 인사를 했던 그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