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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Vision/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Worker

포스트코로나시대, 사회복지실천현장의 혁신과 재구성 토론문

by 전재일 2021. 10. 25.

오늘 학술대회의 주제가 포스트코로나시대, 사회복지실천현장의 혁신과 재구성인데, 토론을 요청 받고, 또 사전에 발표자님들의 원고를 받아서 살펴보면서, 몇 주간 고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혁신이란 단어와 재구성이란 단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사회복지실천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제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고민들을 가지고 성찰해보게 됩니다.

유지영 부장님의 발표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한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모습이 서로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는데, 코로나19 거리두기단계에 따른 지방정부나 자치구의 대응이 달라서 전국의 사회복지현장의 대응 모습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사회복지시설의 조직문화나 코로나19 이전에 주로 진행했던 실천의 내용, 그리고 지역사회의 상황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그 대응의 모습이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이 있는 서울시 관악구에 5개의 사회복지관이 있는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나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새롭게 또는 강화하고 있는 실천의 모습은 서로 다릅니다. 또 제가 올해 여름, 서울시 사회복지관 현장평가를 위해서 13곳의 사회복지관을 방문했는데 그 13개소 복지관이 코로나19에 대응한 모습도 각 복지관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이나 복지관이 코로나 19 이전에 진행해왔던 사업의 내용에 따라서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고,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초의 당황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답답함은 모두가 동일하게 느낀 감정일 것입니다. 2주 휴관이 또 2주가 연장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지역에서의 폭발적 감염 사례나 전국 확산 사례가 발생하면서 거리두기의 단계는 계속 변경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그리고 또 1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제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주민, 이용자,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경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한 바가 있었습니다. 질적 연구를 통해 복지관의 경로식당을 이용하셨던 어르신, 또 노인대학에 다니셨던 어르신 등 여러분과 2차에 걸쳐 인터뷰를 했는데, 초기 인터뷰를 통해서 나왔던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는 단절, 긴장, 불편, 우울, 두려움, 원망, 감옥살이와 같은 단어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수준에 따라서 관계망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혼자사시는 분들과 가족과 사시는 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들의 관계망의 차이가 존재했고, 코로나19 이전에 그나마 약하게 유지해 오던 사회적 관계가 코로나19로 단절되고, 관계망의 양극화는 심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내종합사회복지관의 포스트 코로나 선제적 대응을 위한 강동구 복지실태 조사 결과에서처럼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도 점차 많아졌습니다.

직원들은 어떠했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복지관의 사업이 제한되고, 복지관 건물 내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던 게 20202월 초입니다. 코로나19에 앞서 신종플루와 메르스로 인한 1~2주 정도의 휴관이나 제한적인 운영을 경험해봤었기 때문에, 초기의 대응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전 세계적인 펜데믹이 되고, 또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장기화된 휴관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회복지사들을 긴장하게 하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로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그 동안의 사회복지실천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게까지 했습니다.

과연 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에게 어떤 곳이었으며, 사회복지사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많이 하게 되고, 또 외부로부터도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뉴스매체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나 뉴노멀이란 단어들이 많이 나왔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압박도 받게 됩니다. 거리두기로 대면이 제한되고, 온택트, 비대면이란 방법들이 소개되었고, 많은 사회복지시설들이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하고, 줌과 같은 화상회의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3, 4월부터 빠르게 대응한 사회복지시설들이 많았는데, 특히 노인복지관은 어르신 교육문화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20년 우리나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세계에서 호평을 받을 만큼 빠르고 투명하게 전개되었습니다. 감염증 위험 단계에 따라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이 설치되고, 일원화된 창구에서 대응에 대한 지침과 정보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증과 팬데믹이란 상황은 모두가 처음 겪는 현상이다 보니, 내용이 모호하거나 통제와 자율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해야 하는가 등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처음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시설에 대응 지침이 마련되어져 내려왔고, 지역마다의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정부에 따라 지침이 마련되면서, 정부의 지침보다 더 강화되거나 보다 세부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집니다. 서울의 경우에는 서울시 지침에 자치구마다의 대응이 덧붙여졌습니다. 그리고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보건복지부 주관의 사업-예를들면, 노인일자리,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에서는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운영하게 됩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든 서울시든 혹은 자치구든, 지침이 하부로 내려지면서 사람에 따라서 지침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고, 지침을 준용했음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에서 누구든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처음 정부로부터 내려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대비 사회복지관 휴관 권고 안내를 보면휴관시 소독 및 방역 강화, 종사자 및 이용자 발열체크 등 모니터링 실시, 그리고 사회복지관 휴관 시 종사자 정상근무 및 근태관리 집행,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돌봄공백 방지(도시락, 식사지원, 안부전화, 활동지원 등 긴급돌봄서비스 실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 지방정부, 협회 등에서 공문, 업무연락을 통해 지침이 내려오면서, 코로나19라는 감염증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이 강조되었는데, 그동안 대면을 통해 사회복지실천을 했던 사회복지사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나지 않고 서비스를 하라니, 비대면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전화였던 것 같습니다. 매일 전화로 소통하고, 안부를 묻고,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무료급식서비스를 이용하셨던 분들에게는 조리식 또는 간편식으로 도시락을 가져다드립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당장에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구분되어지고, 할 수 있는 일에 많은 사회복지사들의 투입이 있었습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유행대비 사회복지시설 대응 지침은 9번째 버전까지 나와있습니다. 점차 구체화 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한 방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건물의 출입을 통제하고, 사회복지종사자들의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합니다. 코로나19 초기, 수 개월간 복지관의 건물에는 직원들만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우리가 건물에 매여서 사회복지 실천을 해왔는가에 대해서 성찰하고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사례가 궁금해서, 세계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나 미국 NASW, 영국의 사회복지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서 들어갔었는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아티클과 대상별 실천 지침, 그리고 제가 인상적으로 보았던 NASW에 마련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사회복지사가 고려해야 할 윤리지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사회복지실천의 대응이 적극적으로 토론되어지고, 건물이 아닌 실천에 대한 지침들이 마련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가 궁금했습니다. 앞서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았다고 제가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당시 정부가 잘 대응하니까 우리는 좀 더 수동적으로 대응한 것인지, 아니면, 임상 환경이나 문화의 차이에 의한 것인지 등 여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시설 방역 지침은 휴관, 방역, 책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나라는 불만이 있었는데, 작년 중반 모 협의회의 사회복지시설 방역 지침을 만들기 위한 FGI에서 하드웨어 중심의 지침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침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불만은 누군가가 그런 지침을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저의 소극적인 불만이었습니다.

그래도 코로나19의 경험이 쌓이면서, 시설이나 협회, 그리고 학회에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코로나19로 인한 인권침해나 윤리와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지침을 만들어 낸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만나는 복지 당사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사회적 고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이슈와 우울-지역사회 정신건강의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 제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에서도 지역에서의 통합사례회의나 복지관 사례 당사자 중에 아동학대나 노인학대의 사례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빈번하게 나타났습니다. 또 도시락을 전달해드릴 때나 길에서 어르신들을 만났을 때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야위시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모습도 보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이 약해져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많이 접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휴관이란 단어에 매몰되어 멈춰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사들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하신 성내종합사회복지관이나 진명고향마을처럼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으셨을 것입니다. 앞에서 제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질적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도 드렸는데, 이 외에도 지역사회에 나가서 주민을 만나고, 또 직원들과 수차례의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서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실천의 본질을 탐색하고,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실천했습니다. 발표의 사례처럼 온라인을 활용한 비접촉 대면을, 그리고 가능하면 대면으로 주민, 이용자들을 만납니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화상회의 도구는 낯선 도구였지만, 지금은 화상회의 도구로 마을 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화상회의 도구는 참여를 돕는 좋은 도구라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또 환경적으로 온라인 활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회복지사들이 찾아가서 환경을 만들어주고,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익숙해집니다.

작년부터 몇 차례 외부에서의 사례발표나 토론 과정에서, 사회복지관과 사회복지실천의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변하지 않아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는데, 많은 분들께서 코로나19를 통해서 사회복지실천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하십니다. 코로나19는 코로나19 이전의 우리의 실천이 무의미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우리의 경험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대응해나가는데 큰 바탕이 되었습니다. 또 우리가 이전에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건물이 아닌 사람 중심의 실천, 집단화에서 개별화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부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돌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관계가 단절됨을 경험하면서, 재난 상황에서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돌봄체계를 만들어야 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서두에서 이야기한 서울시 사회복지관 현장평가로 사회복지관을 다니면서 느꼈던 부분입니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인터뷰에서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복지실천현장의 혁신과 재구성은 이런 성찰, 깨달음에서 나와야 합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더 본질이 빛나야 합니다. 그리고 변화에 거부감보다는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저는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위기, 또 다른 재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사회복지실천현장, 조직은 어떤 위기에도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재난 위기에 대응하는 사회복지사의 역량은 더 커져야 합니다. 요즘 경영에서 부각되고 있는 애자일(Agile)한 실천과 조직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